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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있는 이야기/감동이 있는 글

아버지, 아버지란 이름으로

by 고돌배기 2013. 1. 25.

아버지/ 

너무 엄격해서
말 붙이기 어렵고 거북한
어제오늘, 그리고 내일도
늘 질책하고 꾸중만 하는
싫은 소리에 훈계까지
잘못한 일에 혼만 내는
그런 존재라고 생각하고
당연히 그렇다고 인정하는 그런….

성적 낮은 자식에게 '괜찮다' 하지만
좋은 성적 받아오면 가장 기뻐할
부족한 자식이라고 겸손해하지만
칭찬받는 자식을 자랑거리로 아는
아무리 힘들고 고달파도
울 장소가 없어 맘껏 울지도 못하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듯하지만
다정다감 아기자기, 자상한 그런…….

      아버지, 아버지란 이름으로/
      
      하나뿐인 아들이 첫 휴가를 나왔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휴가나온 첫날부터 얼굴 볼 틈이 없다
      강원도 철책에서부터 집까지
      출발 시간의 마디마디를 잘라
      짧은 세월 살아온 삶의 고리를 엮는
      여자친구에, 이 친구 저 친구
      이 집 저 집, 또 다른 어느 집
      친구도 많고, 갈 곳도 많지만
      그 숱한 대상 중에 아버지는 없다
      '당신 많이 서운하지요?'
      미리 눈치챈 아내의 한마디
      그 한마디 말에
      섭섭하지만, 서운하다 할 수가 없고
      헛기침 한 번에 쓴웃음만 지으며
      남모르는 속앓이만 할 뿐
      다른 어떤 표현도 할 수가 없다
      며칠 동안 밖으로만 떠도는 녀석
      무소식이 희소식이기를 바란 며칠
      아내는 걱정이 태산이지만
      내겐 전화벨 소리가 더 간절하다
      오늘은 귀대일(歸隊日)이다
      며칠째 소식이 없던 녀석에게서 전화가 온다
      그것도 아내의 성화에 못 이겨서 말이다
      '네 이놈, 어찌 전화를 다했니?'
      불쑥- 튀어나오려는 말을 애써 참으며
      부드러운 말로 귀대(歸隊)를 독려한다
      아버지란 이름엔 이중성이 있나 보다
      아들은 나를 닮길 바랐다
      내 피를 이어받은 자식이니까…. 
      하지만 닮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이런저런 좋지 못한 버릇들은….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어쩌면 그렇게도 나만 쏙 빼닮았는지
      그것도 좋지 않은 점만 말이다
      문득
      울컥- 하고 치밀어 오르는 뭔가 있다
      나는 과연 아버지다웠는가?
      아버지 노릇은 제대로 했는가?
      오늘도 아버지란 이름으로 자책을 하고 마는…….(130122)